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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이야기/발자취 & 생활 이야기

6월 3일 터미네이터 4 영화 보고 왔습니다.

럭키맨 운수 2009. 6. 4. 22:56

 

롯데닷컴 창립 13주년 터미네이터 4 1300원 예매 이벤트 당첨된거로 친구와 함께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 가서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시작부터 가슴쿵쿵거리며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명대사 I will be Back!

5편은 존 코너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에, 카일 리스를 과거로 보내는 타임머신 이야기 등이 주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다음은 씨네서울 네티즌 리뷰 - 유상현님이 작성하신 '미래전쟁의 실망스러운 시작' 이라는 글입니다.

 

실베스타 스텔론이 나오지 않는 [록키] 시리즈를 상상할 수 있는가?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지 않는 [다이하드] 시리즈를 상상할 수 있는가? 시고니 위버가 나오지 않는 [에어리언] 시리즈를 상상할 수 있는가? 배우와 주연 캐릭터가 혼연일체가 되어 전설을 이루었다면 그 시리즈에서 그 배우를 빼고는 선뜻 상상조차 되지 않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배우들이 나이가 들어 액션이 힘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리즈는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상상하기 어렵다. 12년만의 신작이었던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이하 ‘[터미네이터 3]’)에서도 고령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다시 T-800으로 출연(심지어 그는 2편에서 용광로에 스스로 들어가지 않았던가!)했던 것도 슈왈제네거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터미네이터 3]는 실망 그 자체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놓자 영화는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어 혁신적인 볼거리도 없었고 스릴 넘치는 긴장감도 없어졌다. 그저 평범한 SF 액션 영화로 전락하자 고령의 슈왈제네거의 둔해진 몸놀림조차 단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화된 적의 로봇에게서 도망치는 똑같은 플롯의 반복도 새로울 것이 없었고, 순전히 시리즈를 연장하기 위한 목적 이상도 이하도 없는 범작에 불과했다.

그렇게 실망스럽더라도 어쨌든 시리즈를 연장하기 위해 3편을 만들었으니 4편도 제작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 더 이상 슈왈제네거는 나올 수도 없고 나와서도 안 될 상황. 결국 제작진은 영화의 배경을 미래로 택했다. 하긴,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것까지 보여주고서 다시 현대를 배경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 이제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이하 ‘[터미네이터 4]’)은, 존 코너가 저항군을 이끌고 기계들과 전쟁을 하는 미래로 관객을 안내한다. 그러니까 [터미네이터 4]부터는 전편과 다른 영화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영화의 원제 [Terminator Salvation]에서도 전편들과 달리 ‘4’라는 숫자를 빼버렸다. 새로운 시리즈를 원한다는 제작진의 바램일 것이다.)

실질적인 새로운 시리즈의 첫 출발, 쉽지 않은 과업을 맡은 이는 뜻밖에도 [미녀 삼총사] 시리즈의 맥지(McG) 감독이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감각적이고 시원한 영상의 가벼운 코미디 액션에 능력을 보인 사람이, 이 묵직한 디스토피아 SF 블록버스터를 과연 어떻게 이끌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려했던 대로 맥지의 연출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맥지는 마치 마이클 베이를 연상케 하는 스타일로 2억 달러짜리 거대한 블록버스터를 만들고자 했지만, 마이클 베이에 견줄만한 압도적인 비주얼도 부족하고 디스토피아에 어울리는 무게감도 부족한 결과만 남겨놓았다.

[터미네이터 4]는 시작부터 영화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존 코너(크리스쳔 베일)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이 ‘스카이넷’의 기지를 공격한다. 인간과 기계의 전면전. 그런데 시작부터 이상하다. 전쟁의 상황은 있으나 전쟁의 디테일은 없다. 어느새 저항군은 존 코너를 빼고 전멸해 있다. 기계군단이 어떻게 인간을 공격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단지 존 코너와 반쪽짜리 T-600의 육탄전만 보여줄 뿐. 인간과 기계의 전면전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정작 전쟁을 보여주지 않는 아이러니. 시작부터 관객의 눈을 붙잡아두기에는 뭔가 신고식이 어색하다.

문제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이라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제대로 ‘맞짱’을 뜨는 순간은 거의 없다. 기계가 인간 저항군의 사령부를 날려버리는 순간도 매우 일방적이고, 인간 저항군이 기계의 본부를 핵으로 날려버리는 순간에도 기계는 아무런 저항이 없다. 마치 스카이넷의 목표는 존 코너와 카일 리스를 제거하는 것이 전부라는 듯, 스스로의 본부를 지킬 이유는 없다는 듯, 진짜 이들이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 쉽고 뻔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기계가 수많은 인간을 붙잡아가는 수송선의 이미지는 디스토피아에 어울린다. 그러나 정작 그 인간들을 본부에 감금한 뒤로 여기에 더 이상의 살을 붙이지 않는다. 행간을 미루어 유추는 할 수 있으나 직접 살을 붙일 의도가 없었다면 이것은 그저 사족일 뿐이다. 그 뿐인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모든 플롯 하나하나가 수없는 물음표를 달게 한다. 이 물음표의 해답이 될 수 있는 말은 아마 딱 하나뿐일 듯. “영화니까 따지지 말자.” 시리즈의 아버지 제임스 카메론이라면 이런 둘러대기를 끔찍이 싫어했겠지만, [터미네이터 3]부터 각본을 맡고 있는 마이클 페리스와 존 브란카토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다.

다만, 마커스(샘 워싱턴)와 카일(안톤 옐친)이 기계에게 쫓기는 시퀀스는, 그 부분만 따로 떼어내면 마이클 베이의 고속 편집 감각에도 견줄 수 있는 시원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스케일이 큰 것은 아니지만 거대한 로봇과 비행선, 모터사이클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압도적인 볼거리의 에너지가 상당하다. 여담이지만, [터미네이터 4]가 예고편에서 보여준 그럴듯한 액션 장면들의 대부분이 이 시퀀스에 집약되어 있다. 그만큼 영화의 곁가지에서 에너지를 너무 낭비하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분명 [터미네이터 4]는 엄청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의 구색은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것저것 너무 욕심이 많다보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끝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말았다. [트랜스포머] 등 마이클 베이의 블록버스터가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을 받으면서도 그 품질 하나만큼은 이론의 여지 없이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가 결국 “어느 하나는 끝장을 보여준다”는 점 아닌가. 맥지는 거대한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의 초석을 닦는 이 작업에서 너무 밑그림만 이것저것 그리다가 결국 어느 하나 제대로 끝장을 내지 못했다. 딱 한 가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색깔을 빼는 것에만 성공했다고 하면 될까.

밑그림만 그리다보니 이제 고작 T-800의 시작까지만 나왔을 뿐이다. 스카이넷은 T-800을 과거에 보내고 존 코너는 카일 리스를 과거에 보내는 이야기도 남았고, 스카이넷이 신병기 T-1000을 만들어 과거에 보내고 존 코너는 구형 T-800을 구해 과거에 보내는 이야기도 남았고, 스카이넷이 더 진화된 신병기 T-X를 만들어 과거에 보내고 존 코너는 또 다른 T-800을 구해 과거에 보내는 이야기도 남았다. 그리고 전쟁을 어떻게든 끝장을 내야할 테니 가장 결정적인 이야기도 남아있는 셈.

그래서 [터미네이터 4] 이후에도 두 편의 미래전쟁 이야기가 이미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소위 “미래 3부작”. 크리스쳔 베일이 6편까지 계약을 마쳤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존 코너는 계속 주인공이라고 보면 될 것이고, 5편에서도 연출을 맡을 맥지 감독은 2편에 T-1000으로 나왔던 로버트 패트릭을 5편에 같은 역할로 캐스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5편이 나올 것으로 예정된 2011년에 52세가 되는 로버트 패트릭이 과연 그 옛날의 공포스러울 정도로 싸늘한 포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러쿵저러쿵 해도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SF 영화사에 남을 걸작임은 분명하다. 그런 영화를 끄집어내어 다시 미래의 이야기를 덧붙일 셈이라면, 적어도 [스타워즈] 시리즈의 후기(시기상으로는 프리퀄) 3부작처럼 전편에 누가 되지 않을 완성도를 갖추는 것은 필수일 것이다. 단지 거대한 볼거리만으로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다. 심지어 거대한 볼거리조차도 입체적이지 못하고 앙상하게 남은 [터미네이터 4]는 분명히 미래전쟁의 ‘실망스러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