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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리들 책에서> 한국의 대리들에게 묻다

럭키맨 운수 2009. 1. 8. 18:48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외국계 기업, 금융회사 등에 다니는 남녀 155명의 대리들에게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살펴보면, 2006년 현재 대한민국 대리들의 모습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나이대를 보면 전체의 69%가 30~33세였고, 20대가 30%, 34세 이상은 9%였다. 전체의 86%가 입사 후 3~5년 만에 대리로 승진했다. 1년 만에 대리를 달았다는 사람도 3%였다.

 

1. 현재 다니는 회사 생활에 만족하는가?

 

응답자의 66%가 '만족한다'고 말했고, 34%는 불만을 표시했다. 불만스럽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불만지수가 상당히 높다고 보는게 자연스럽다.

회사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36%가 '급여가 낮아서'라고 대답했고, 그 다음으로 이와 비슷한 31%가 '비전이 없어서'였다. 급여가 낮은 것이야 당연히 불만이겠지만, 4년 안팎의 신입사원 시절을 거쳐 대리에 올라도 여전히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는경우가 많다는 점은 이직 · 전직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24%는 노동 강도가 센 것이 불만이라고 말했고, 9%는 회사의 규모와 수준이 낮아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2.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장 많은 56%가 '자아실현'이라고 답했다. 30대 초반인 대리급 직장인의 경우 예상처럼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역시 이들의 높은 이직률 · 전직률과 무관하지 않다. 그 다음으로 17%가 급여, 13%는 인간관계, 11%는 근무환경이라고 응답했다.

 

3. 대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업무처리능력(전문성)이 79%로 압도저이었다. 대리는 신입사원처럼 배우는 위치가 아닐 뿐 아니라 그렇다고 온전히 책임지고 일하는 위치도 아니다. 간부급 상사의 지시를 받아 실무를 처리해야 하며 실무처리 능력이 어떤가로 상사의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직장인으로서의 자아실현과 향후 비전을 세우기 시작할 무렵에 자신의 일처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업무처리능력 다음으로, 12%가 '인간관계' 또는 '인맥관리'라고 대답했다. 대리급 사원에게 대부분의 회사 직원들은 자기보다 직급이 높은 직장상사일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상사와의 관계를 잘 풀어가지 못하고는 직장생활을 원만히 해나가기 힘들다. 신입사원을 거치면서 대리급 직원들은 이미 상사와의 인간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것 또는 자신의 인맥을 쌓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지목한 사람은 8%였고, 어학실력이라고 말한 사람은 겨우 1%였다. 영어다 중국어다 일본어다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까지 치르고 회사에 들어와보니 실제로 업무수행에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었나 보다.

하긴 외국계 회사나 무역회사가 아니라면 영어와 일본어 쓸 일이 있겠는가? 토익이니 JPT니 머리를 싸매고 배우고 익혔는데, 결국 이 어학실력은 그냥 사장되고 마는 걸까?

그런데도 대리들은 아침저녁으로 어학학원 쫓아다니기에 바쁘다. 왜일까? 언젠가는 '이 놈의 회사' 때려치우고 이직을 하리라 마음먹고 있는대, 역시 이직하는 데는 어학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어학 연수를 받고 나서 이직하고 나면 또다시 아무 데도 쓰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도 있다.

어쨌든, 대리들에게 어학 실력은 현재 업무수행에 중요한 능력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이직 · 전직을 위한 기본적인 능력이고, 승진을 위해서도 어학 실력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4. 대리로서 능력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3번 질문과 밀접한 관련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63%가 '업무에 대한 전문성 강화'라고 응답했는데, 위의 질문에서 대리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업무처리능력 또는 전문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대답은 당연한 결과다. 역시 대리는 가장 왕성하게 일을 하는 시기가 아닐 수 없다. 13%는 인간관계 개선 또는 인맥관리, 12%는 어학 공부라고 답했다. 어학 실력이 중요한 대리의 자질(능력)이라고 답한 사람은 겨우 1%였지만, 능력향상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활동이라는 응답은 12%로 나타난 점도 흥미롭다. 11%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생활'이라고 말했다.

 

5.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과 준비에 투자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1~3시간이 37%로 가장 많았고 3~5시간이 29%로 나왔으니, 일주일에 1~5시간 정도를 투자하는 사람이 66%나 되는 셈이다. 대리들은 일하랴 실력키우랴, 미혼인 경우는 연애도 해야 할 것이고 기혼이라 해도 신혼일 테니 정말 바쁜 시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당 1시간 미만을 투자한다는 응답은 11%로 2위였다.

이렇게 노는 사람들은 아마도 연애하거나 신혼부부이거나 최근 아이를 얻어 가족에게 봉사하느라 실력 키우기에 투자할 시간이 없는 대리들일 가능성이 높다. 놀라운 것은 일주일에 무려 9시간 이상을 이런 노력에 쏟아붓는다고 답변한 대리들이 10%나 된다는 사실이다. 9시간 이상이면 주5일 출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평균 매일 2시간 정도는 열심히 자신에게 투자한다는 얘기다.

 

6. 업무수행 노하우는 어떻게 배우나?

 

대리 시절에는 많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열심히 배우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일을 배워나가는가 하는 비법은 아마 우리 사회가 치열한 경쟁의 정글이라는 점을 깨달은 대리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포인트다. 응답자의 가장 많은 58%가 '실전경험을 통해 직접 체득한다'고 답했다. 역시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 최고다.

상사에게 욕도 먹고 칭찬도 들으면서 현장에서 일을 배우는 길이 가장 빨리, 가장 확실히, 가장 많이 배우는 지름길인 듯싶다. 26%는 '서적을 통해 독학한다'고 답했고, 13%는 '선배들의 조언으로' 일을 배운다고 대답했다. 3%는 전문학원을 다닌다고 응답했다.

 

7. 직장내 인맥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93%가 '조직에서 만난 인연'이라고 대답했다. 학연은 2%, 지연은 1%에 그쳐, 학연 · 지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부장이나 임원급 정도가 되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어느 학교 출신인지를 따지지만, 대리들에게는 아직 선배님들의 학연 · 지연 사슬이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을 때다.

또 대리 진급이나 그 다음 과장, 차장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할 대리들에게 당장 학연 · 지연을 챙기는 것은 성급한 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대리급들이 임원이 되고 CEO가 될 때쯤이면 아예 학연 · 지연으로 사람을 가르고 고르는 일이 훨씬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8. 전직 · 이직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인 비전을 찾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63%로 가장 많았다.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젊은 직장인에게 자아실현과 이를 위한 개인적인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17%는 '옮길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라고 말했는데, 성장 가능성이란 어찌 보면 그 회사 안에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혹은 자신의 미래 비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비슷한 맥락의 답변이라고 볼 수 있다. 11%는 '연봉'이라고 말했고 '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불만 때문'이라는 대답도 5%였다. '승진이 안되기 때문'과 '더 큰 회사로 이직 희망'이라는 답변은 각각 1%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9. 자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23%가 '창업을 통해 기업 경영인(CEO)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응답했고, 다른 20%는 '창업을 통해 소상공인으로 자립하겠다'고 답변했다. 둘을 합쳐보면, 창업을 통해 크든 작든 자기 사업을 이끌고 싶다는 대답이 43%로 매우 높게 나왔다.

10년, 20년, 30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단계씩 승진도 하고, 임원이 되었다가 최고경영자로 오르겠다는 생각보다 언젠가는 반드시 내 회사를 만들어 내 사업을 하겠다는 대리들의 불타는 의지를 보여준다.

'임원 승진'이 목표라는 응답은 13%, '현재 회사의 CEO가 되겠다'는 당찬 목표도 7%나 되었다. '다른 회사의 CEO가 되겠다'는 답은 9%였다. 역시 미래가 창창한 기업체의 대리들은 임원이나 CEO가 되는 게 지상 목표인가 보다. 반면, 14%는 뚜렷한 목표가 없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아직' 목표가 없을 뿐이지 '아예'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10. 현재 하고 있는 재테크 수단은?

 

57%가 '은행권 예금 · 적금'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급은 그다지 많지 않은 월급인데다 소비도 많을 것이니 재테크가 그렇게 왕서왈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도 예금 · 적금을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금융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12%는 주식에, 12%는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대답했다. 펀드 같은 기타 금융상품은 8%였다. 투잡스를 갖고 있다는 대리도 3%나 나왔다. 아예 재테크 수단 활용이 없다는 대리도 8%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