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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이야기/발자취 & 생활 이야기

<한국의 대리들 책에서> 능력있는 K부장이 후배 대리들에게 주는 충고

럭키맨 운수 2009. 1. 11. 12:23

저는 현재 대기업 계열의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입사한 이래 15년이 훨씬 넘는 동안 지금까지 한 번도 한눈을 팔아본 적 없이 꿋꿋하게 회사를 다녔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나를 두고 '미련한 직장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직장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었기에 한 우물을 파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잘나지도, 일을 더 잘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나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합니다. 다행히 내가 동료들보다 먼저 승진하고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믿습니다. 나의 경험을 되살려보면서 후배 대리님들에게 몇 가지 충고와 조언을 드리려 합니다.

 

대리 시절 남들이 꺼려하는 사막근무, 끔찍했던 출납 사고의 추억

 

1994년 여름, 나의 대리 시절은 찜통더위 사막의 나라 쿠웨이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본사에만 죽 근무했던 까닭에 처음에는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외로움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낯설고 험한 해외 건설현장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내가 맡게 될 현장 관리업무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경험도 없는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태산 같았지요. '부딪히면 배워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만 믿고 갔지만, 현장의 상황은 걱정했던 것보다 좀 더 심각했습니다. 해보지도 않은 출납업무를 던담해야 하는 데다 툭하면 '사고'가 터졌습니다. 출납업무 사고란 바로 '돈 사고'입니다. '이러다 월급은 커녕 내집까지 다 날리고 회사를 쫓겨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면서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뛰어 잠을 잘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밤잠 줄이며 '고난의 행군', 심한 스트레스에 탈모증까지

 

이때부터 저는 '고난의 사막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혼자 업무를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모르는 업무를 물어볼 사람이 없어 밤잠을 설치다 새벽에 한국에 전화해서(시차 때문에) 본사 직원과 통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렇게 네 달을 밤잠 못자고 배우고 익히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필사적이었습니다. 여기서 '나 못하겠다'라고 물러서면 모든 게 끝장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6개월 만에 첫 휴가를 나왔더니 본사 동료와 상사들은 모두들 제게 박수를 치며 환영해 주었습니다. 신참이 처음 해외에 나가서, 그것도 열악한 현장에 나가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일을 잘 처리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서울에 잠시 머무는 동안 내 머리에 구멍이 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원형탈모증'이었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더군요. 부모님은 걱정하며 '그렇게까지 해야 되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출국을 만류하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예정된 날 어김없이 다시 비행기를 탔습니다.

한참 후, 이번에는 더 무시무시한 사고가 터졌습니다. 현지 근로자 한 명이 본사 직원에게 불만을 품고 칼을 휘두르며 난동을 피운 것입니다. 마침 현장에 있었던 나는 예전에 배운 유도 솜씨를 발휘해 엎어치기로 그를 제압했지요! 이 소식이 본사에 알려지면서 나는 '일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팔방미인'으로 소문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대리 승진과 함께 시작된 파란만장한 첫 해외근무를 마치고 본점으로 돌아온 뒤에도 나는 대리 시절의 열정과 노력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회사도 저에게 누구보다 먼저 승진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기꺼이 맡아 하고, 남들이 하기 힘든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위기 상황에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와 열정, 이런 것이 회사로부터 인정받는 비결이 아닐까요?

 

역지사지로 상사의 의중을 읽어라

 

대리 시절을 돌아보며 떠오르는 또 하나가  있습니다. '역지사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남을 이해해야 일도 잘 됩니다. 늘 상사와 동료의 의중을 읽어야 합니다. 이것은 누구의 비위를 맞추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직장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대리급 직원에게 과연 무엇을 원할까요? 나는 제일 먼저 '성실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우선 성실해야 합니다. 어느 상사가 자기보다 늦게 출근해서 먼저 퇴근하는 부하를 예쁘게 보겠습니까? 상사보다 항상 먼저 출근해서 상사의 자료를 챙겨주는 아주 간단한 일로도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상사가 되면 대리들에게 무엇을 원하고 기대할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나는 부장이 된 지금도 매일 아침 6시 정도에 회사에 도착합니다. 임원들 출근 시간도 보통 6시 50분 정도입니다. 아무도 이런 이른 시간에 출근하지 않지만, 나는 이 시간에 할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하루가 편하고, 하루가 편하면 일년 내내 직장생활이 즐겁습니다. 나는 가끔 직장 후배들에게 '30분만 더 일찍 출근하면 당신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충고를 합니다. 연말에 진급에서 물먹었다고 며칠씩 회사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을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게으름이 가져온 결과를 불만스러워하고 이것을 다시 게으름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습관'입니다. 좋은 습관이 성공하는 인생을 좌우합니다. 직장인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리 시절에는 너무 높은 이상을 갖고 고민하거나 방황하는 것보다 좋은 습관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높은 이상을 갖다 보면 겸손을 잃고, 쓸데없이 직장생활의 적을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준비하면서 때를 기달릴 줄 아는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한 단계씩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옵니다.

 

월급 몇 푼 연연해 하지 말고 멀리 보고 도약하라

 

대리 후배님들께 한 가지 더 충고하겠습니다. 너무 돈만 밝히지는 마세요. 지금 월급 몇 푼 더 받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긴 직장생활에서 결국 승리하려면 멀리 내다보아야 합니다. 일을 배우는 것, 일 속에서 자기 성취감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월급이 적다고 불만만 얘기하는 직원치고 인정받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직장 상사들은 그의 앞에서는 이런 불만에 동의해주지만 뒤돌아서면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절대로 자신의 상사 앞에서 부정적인 얘기를 하지 마세요. 특히 돈 얘기는 꺼내지도 말고 마치 돈과 담을 쌓은 것처럼 초연하게 보이세요. 자기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좋고 상사들도 최소한 당신을 '큰 그릇'으로 여겨줄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